옥상에서 만나요.
많고 많은 장소 중 왜 하필 옥상일까.
존댓말로 쓴 것을 보면, '한 판 뜨자.'는 뉘앙스도 아닌 것 같은데.
지금 생각해보면 이게 무슨 말같지도 않은 말이야? 하는 마음 가짐으로, 가볍게 책을 읽기 시작했다.
어쩌면 이 책은 사회가 지닌 불합리한 제도/편견/인식에 맞장 뜨는 책이라 봐도 괜찮을 것 같다.
제목과 쨍한 초록 색의 옥상 표지가 맘에 들어, 책을 펴서 우선 늘 그렇듯이 작가 소개를 보았다.
'음- 그렇군' 하며, 읽고 있는데 <보건교사 안은영>이라 적힌 부분을 보고, 깜짝 놀랐다.
보건교사 안은영?! 내가 아는?!
흔치 않은 책 제목에 그 내용을 쉽게 떠올릴 수 있었던 나는,
한층 더 재미있게 책을 읽을 수 있었다.
의도치 않고, 내가 아는 작가의 책을 골라 읽는 기쁨도 꽤 컸다.
내가 이해하기엔 어려운 단편 소설들이 많았으나,
책의 앞 부분은 단연 좋았다.
[웨딩드레스 44], [옥상에서 만나요], [이혼 세일], [효진].
'결혼이 아무도 안 해도 되지만 모두가 할 수 있는 그런 게 되면 좋겠다.'
내가, 그리고 기득권이 가진 특권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게 하고,
밑반찬부터 배우라는 남자의 말에, "다시 말해봐, 씨발새끼야."라고 말하며 쾌감을 느끼게 하는 그의 글이 참 좋다.
내게 자유를 줄 필요는 없어.
스스로 자유로워질 테니까.
-2019.04.07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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